오늘의 계획은 오후 2시에 지인을 만나서 쯔키오카(月岡)의 온천 무라카미칸(村上館)에서 숙박을 예정했었습니다. 그래서 계획은 아침은 엘레강스하게 호텔 앞의 도토루 커피숍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려했지만........

현실은 체크아웃이 오전 11시인데, 거의 11시 다 되어 일어나서 후다닥 샤워 후 체크아웃하고, 수하물은 호텔에 보관해놓고, 식사하러 나왔습니다.

그런 후에야 정신이 좀 들어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어제 지나치면서 들어갈까 말까 했던 작은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왠지 오랫동안 영업을 한 가게 같아 맛은 보장될 것 같아 일단은 호기롭게 들어갔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음식 맛도 좋았고, 가게의 나이만큼이나 일 하시는 세 분 모두 연세가 지긋해보였습니다.각자 역할이 딱딱 나뉘어 익숙하게 음식이 나오는 것을 보면 역시 "일본답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이라고는 메뉴판 밖에 없군요. 간판도 가게도 한국에 비하면 미니멀 사이즈이고, 주문 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선주문 음식을 요리하는데 집중하다가다 주문을 하면 푸근한 미소로 주문을 받으셨던 사장님의 얼굴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잠시 여유가 있으면 사케노진 축제를 참관하러 한국에서 왔느냐고 살갑게 말씀해주셨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오랜 기간 동안 가게를 운영해 오며 쌓인 음식에 대한 자존심이 친절함 뒤에서 묻어나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국이라면 아마도 좀 무뚝뚝하거나, 일본과 다른 친절함으로 손님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렇게 한 곳에서 30년 이상 운영해 온 가게들이 지방에 내려가면 찾기 쉬운 곳에 있을까?" 

"아마도 읍내나 시내에 가면 십년을 채 못기다리고 금방 금방 건물이 바뀌는데, 그 집이 그대로 남아 있을까?", 개발을 조화롭게 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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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겸 점심이라 금새 식사를 마치고, 2시에 지인을 만나기로 하여 남은 시간에 또 산책한 후 온천을 가기 위해 역에 가서 이것 저것 확인해보고, 지인과 만나 일본전통여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온천에 가는 코스는 위의 사진의 표처럼 니가타역에서 햐쿠신센,우에쯔센(핑크색)을 타고, (신밧타에서 갈아타서?, 안갈아탔나??) 쯔키오카역에서 온천까지 다니는 버스를 타고 가면 됩니다. (워낙 유명한 온천이라 사람들따라 내려서 걸어가면 역 바로 앞에서 타면 됩니다.)

엥? 진짜 여관이네....(시무룩..)

도착하기 전에 상상으로는 막 한옥처럼 단층짜리 일본전통가옥을 생각했으나, 꽤 거대한 건물의 외양에 실망감을 안고 건물 내부에 들어가니 전통가옥의 모습에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사실 일본전통가옥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망으로 온천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다다미방으로 구성되어 꽤 일본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남자 둘이 여관 방에서 할 일도 없고, 동네 한바퀴 돌면 금새 저녁 시간이라 일단 온천마을을 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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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마을에 대한 추가적인 모습이나 풍경, 정보 등은 여기에서도([니가타/츠키오카]츠키오카(月岡) 온천거리|작성자 허수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마을을 돌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습은 상가집이었는데, 아마도 간판을 보면 동네 정육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영업을 하시는 분도 조문을 받거나 상가를 차릴 때는 가게가 아닌 집으로 정하는데 반해 일본의 경우에는 가게에서도 조문객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상업이 발달하고, 상인의 경우 생계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게가 제일 중요한 반면, 상업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던 한국의 경우에는 초상을 치룰 곳은 집 밖에 없었으니 그런 문화적 차이가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87세까지 사셨으면 호상이라 부를 법도 한데, 불행이라 쓴 것도 조금은 신기해보였습니다.

문화는 결국 살아가는 과정에서 나오고, 그 과정에서의 방식은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것이니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면서 비슷한 면도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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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는 6시 30분부터 였기에 동네 한바퀴 돌고, 온천욕을 했습니다. 

뭔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온천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대략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특별한 얘기가 없으면 다다미 방을 주고, 체크인하고, 저녁을 먹는 사이에 이불을 깔아 줍니다. 아침 먹는 사이에 이불을 또 개어놓습니다.

식사는 같이 모여서 먹는 경우가 있고, 방으로 서빙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식당에 모여서 먹습니다.

온천은 한국과 같이 남녀 각각 대중탕 형식으로 되어 있고, 노천탕이 하나 있었습니다. 온천답게 유황냄새가 강하게 올라왔는데, 알칼리성이라 피부가 부드러워지더군요. 피부가 좋지 않으신 분이나 조용히 온천을 즐기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드립니다.

사진엔 없지만, 마을에 족욕하는 곳이 있는데 족욕하는 곳에서 술을 마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한국 분들이었습니다. 그게 가능한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다지 달갑지 않았습니다.

하나 더 무라카미칸에는 가족탕이 있는데, 커플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는게 아니라 확인했습니다.(네, 그러합니다. 그렇다는겁니다. 네.)


일단 술 축제의 참관과 한국 술과 비교 시음을 위해 저녁식사의 반주로 일본 청주 두 병을 마셔보고, 숙소로 돌아와 맑은 문희주를 마셔보았습니다.

운반과정의 부주의 탓인지 장거리 이동의 탓인지 누룩 취가 올라왔으나, 향이나 맛이 일본 술과는 다른 쪽으로 좋았습니다.

일본 술의 경우 쌀 자체의 향미와 다이긴죠나 준마이다이긴죠의 부드러운 목넘김이나 가라구치의 칼칼함에 주력하는 반면 한주의 경우는 쌀보단 누룩이 주는 향미와 목넘김 후 입안에 감도는 풍미를 느낀다는 부분에서 같은 청주이면서도 다른 부분이 이런 것 아닌가 합니다.

컨디션이 좋은 맑은 문희주는 다시 한 번 제대로 음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희주와 관련된 더 많은 정보는 여기([브런치]불의 물방울: 한주르네상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