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망의 기다렸던 술 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온천에서 일찍 나섰습니다. 




올해 포스터


니가타 술 축제의 정확한 명칭은 '新潟淡麗 にいがた酒の陣2018', 보통 '新潟 酒の陣(니가타 사케노진)'이라고 부르며, 일년에 1회 열립니다.

사케노진 공식사이트 http://sakenojin.jp

술이 메인이지만, 지역의 음식업체와 각 양조장에서 술을 납품하는 거래처와 연계하여 니가타 사케 레스토랑위크라는 이름으로 약 2주간 식당에서도 특별요리와 함께 술을 제공하는 행사를 합니다.

해당 사이트 https://jrw.jp/niigata/

단순 술이 유명한 지역으로 뿐만 아니라, 지역이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공동체 문화, '나'라는 주체보다 '함께'라는 주체가 우선되는 모습에 한국에서의 각 지역 축제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습니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행사장 부스 맵



여관에서 체크아웃하고, 츠키오카에서 니가타 시내로 빠져나오는 시간은 금방 걸렸기에 불편함은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행사장 밖은 잉여로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금새 숙박을 예정한 호텔에 체크인하고, 행사장이 있는 '토키-메세'행사장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위치여서 시야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바다 쪽을 향해 서 있으면, "저 바다 너머 뭐가 있을까?"싶은 욕구에 배타고 나가고 싶은 욕망이 절로 솟구쳤습니다.


동행한 지인에게 티켓을 받고 입장을 하니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 "아차!" 싶었습니다. "돗때기 시장도 이런 돗때기 시장이 없구나", "6.25 난리는 난리도 아니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래서 술 맛을 제대로 볼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대감과 걱정을 동시에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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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언제나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습니다.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들어오는 사람듦만 계속해서 늘어날 뿐이었습니다.

사람도 많고, 안주를 들고 다니면서 술 부스를 찾아 분주히 다니던 관람객들을 보며, "어쩌면 이런 것이 축제가 맞겠구나."싶었습니다. 조용히 엘레강스하게 품위유지하며, 술을 음미한다는 전제는 행사와 맞지 않는 생각이었습니다.

시끌 시끌하고, 사람 많은 곳을 점점 기피하게 되는 제 자신에 대해서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자분들에게 홀린거 아님

부스를 돌며 첫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에치고야. 쌀 자체의 단맛으로 상쾌하고, 화려한 풍미를 설명하는 글이 사진에 써 있습니다. 

1층과 3층이 준마이긴죠, 2층이 닛코리자케

준마이긴죠와 닛코리자케(한국의 막걸리와 비슷함)의 맛을 보았는데, 다른 사케와 다르게 풍성함이 느껴지는 맛이었고, 닛코리는 이제 대량으로 뽑아내는 공장형의 한국 막걸리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의 막걸리는 탄산감과 감미, 산미가 주로 느껴지는데 반해, 닛코리자케는 탄산감은 그렇게 크지 않고 감미와 드라이한 느낌이 강합니다. 드라이하기 때문에 뒷 맛이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뒷 맛이 딱 떨어지는 퍼포먼스는 일본 술들에서 느껴지는 공통점이라고 느껴집니다.

일본의 닛코리 자케와 한국의 양산형 막걸리 비교에 "가격을 보면 어떻게 비교를 할 수 있냐?"라고 반문 하시겠지만, 이젠 좋은 술을 마시는 시대가 되지 않았냐는 생각입니다.

예전처럼 사람들이 죽자사자 마시는 시대도 아니고, 요리나 음식에 맞춰 술을 곁들이는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고 봅니다.

금상을 수상했다는 왼쪽보다는 오른쪽 시라타키주조의 죠젠미즈노고토시의 술 맛이 더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기호로 풍성한 느낌을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제가 올리는 사진들이 절대선이 될 순 없습니다. 개인적인 기호 정로 생각해주십시오.


이 업체도 술 맛이 굉징히 좋았는데, 이유는 까먹었습니다....

일본의 유명 만화가 다카하시 루미코의 작품 이누야샤와 시끄러운 녀석들(우루세이 야쯔라)의 케릭터 포스터와 함께 붙어 있는 후지노이 양조장의 이노시즈쿠,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오타쿠 세 명 때문에 술 맛도 못 보고, 말도 못 붙여봤습니다. 저 작가와의 관계라던지, 왜 저 포스터들이 붙어 있는지..... 아, 나도 한 오덕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술. '동장군'입니다. 니코리자케(일본식 막걸리)인데, 한국의 막걸리와 흡사한 맛이라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한국의 막걸리에 비해 탄산감은 없습니다. 니코리자케에서 나타나는 와인과 같은 드라이하고 산뜻한 맛과 함께 막걸리에서 느껴지는 감미와 산미가 함께 느껴졌습니다.

특히 맑은 부분만 따로 마셔보고 싶었는데, 행사장의 문제로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니가타 사케노진의 또 다른 글 http://emptyh.blog.me/221276340111


취하도록 마시기 위해 간 행사장도 아니고, 모든 술을 맛 볼 수 있을 정도로 행사장이 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관계로 적당히 본 듯하여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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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숙소로 돌아와 후루마치쪽으로 동네 마실을 돌았습니다. 인상적인 가게가 몇 군데 있었는데, 조그만 이자카야에서 식사 해결하고, 동네 마트에는 어떤 술들을 파는지도 둘러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한국에서 수출하는 진로와 경월 소주(750ml)의 수요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방문했던 술집들이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니가타 사람들의 한국 소주사랑이 유별난 것인지 확인을 못해 본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번외로 일본의 숙성소주 한 병을 숙소에서 다 비웠습니다. 마실때 지난 번에 마시던 양조장에서 만든건데 향이 생각보다 안올라온다 싶었는데, 확인해보니 먼저 번에 마신 것이 훨씬 장기숙성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성비가 상당했는데, "한국에서 이 술을 만든다면 단가가 얼마 정도 나올까?", "한국에도 이런 술이 있을까?"하는 호기심과 체계화되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몇몇 일본의 양조장의 모습들과 지역의 행사에서 아시아의 행사로 점점 성장하는 니가타의 모습은 제게 여러 고민들을 안겨주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 의식들에 대해 "이건 이래서 이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답은 없습니다. 문화적 특수성과 인프라, 복합적이며, 상대적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이런 모습들을 통해 배울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을 우리 주변에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후 이야기는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