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조금 있으면 대한민국과 벨기에와의 월드컵 본선 조별 마지막 한 경기가 시작됩니다. 이번 월드컵은 치안 문제와 더불어 브라질 내국에서 자국민들의 거센 반발과 저항이 있었습니다. 물론 의미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지만 마치 2002년 월드컵 기간 중에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 머릿속에서 오버랩 되었습니다. 또한 월드컵은 노동자의 스포츠로 대변되는 축구와 이제는 거대기업들이 후원하는 모순적인 스포츠대회이며, 2010년 기준으로 약 300억 명의 누적 시청자를 기록할 만큼 올림픽에 비할 바가 아닌 세계적인 축제인 셈입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축제에 대한민국의 축구국가 대표팀은 1983년의 청소년 대표가 4강을 시작으로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지금까지 8회 연속으로 진출한 국가입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아시아 최강의 축구팀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그리고 2장뿐인 아시아 지역에서의 월드컵 진출 티켓을 얻기 위해 대륙별 예선에서 정말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물론 1998년부터 3.5장, 개최국을 포함하여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4.5장으로 늘어났습니다). 1993년의 유명한 도하의 기적도 새벽까지 티비를 시청하셨던 분들은 기억이 생생하셨을 겁니다. 이렇게 힘든 환경 속에서도 2002년 월드컵까지 우리는 16강을 염원하며, 본선진출에 만족해야했습니다. 본선진출만으로도 아시아 국가에서는 빛나는 활약을 한 것입니다.
그 결과 2002년 거리응원을 시작으로 그 염원이 이루어져 4강에 진출하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16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 어느새 월드컵이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면 사람들이 거리에 나가서 응원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나면 썰물 빠지듯 시들해지는 축구열기에 대한민국의 축구리그는 언제나 관심 영역 밖에 있었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의 축구팀에 누가 뛰는지는 몰라도 유럽의 축구리그는 언제나 생중계되며, 동네 아이들도 유럽의 빅 클럽 선수 하나, 둘 정도의 이름은 알 정도로 한국에서의 해외축구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습니다.
“왜 대한민국의 축구리그는 인기가 없을까?”라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몸담고 있는 축구 커뮤니티에서의 일부 지인들은 “축구장에 사람 많아봐야 주차하기 힘들고, 좋은 자리에서 편하게 보기 힘들어.”하는 자조 반, 진심 반의 얘기들을 합니다. 해외에서 뛰는 한국의 축구선수들, 그리고, 전 국가대표 선수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는 국내의 축구경기를 사랑해달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대전시티즌 팬입니다. 저는 대전에 살고 있지 않지만, 고향팀이기도 하고, 시티즌이라는 단어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팀을 다른 대전시티즌의 팬만큼이나 사랑합니다. 그리고, 대전시티즌이라는 팀은 2001년 FA컵 우승 1회 외에는 변변한 경력도 없습니다. 또 한 국내 최다 승부조작선수를 배출한 오명도 가지고 있으며, 지난해에 강등당해 2부 리그(K-League Challenge)에서 이번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창피하냐구요? 아닙니다. 저는 이 팀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끄러움에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저의 꿈은 실현하기 힘들겠지만, 지금의 선수들이 팀에서 한 명도 이탈하지 않고 경험을 쌓아가며 1부 리그 (K-League Classic)에 승격하고, FA컵이든 리그든 우승하여 FIFA 클럽월드컵에 나가 트로피를 드는 상상을 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아주 조그만 나라의 조그만 도시에서 그 지역의 기업들이 후원하는 기업들의 스폰서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땀에 젖어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꿈 말이지요. 국내축구의 팬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그런 꿈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국내축구 경기의 형편없이 적은 관중들을 보며, ‘자국 리그에 대한 이해도 없고, 선수들을 붕어빵 기계에서 찍어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국가대표팀에 대한 이해와 그들을 응원할 수 있는 힘이 생길까?’라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이번 월드컵은 전북현대의 최강희 감독님이 아시아지역 예선까지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이 후임 감독으로 선정되어 선수선발에 있어서도 말도 많았고, 뭔가 이상하리만치 어수선한 느낌입니다. 중국과 북한은 비교가 불가하니 옆집 일본과 비교하면 이탈리아 빅 클럽들의 지휘봉을 맡았던 알베르토 자케로니(Alberto Zaccheroni)를 2010년 월드컵 이후 대표팀 국가대표 감독으로 앉히고 4년 동안 팀을 만들었습니다. 그러한 일본팀과 비교해서 한국팀은 뭔가 이상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저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단지 국가대표라고 응원하기에는 저의 애국심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시아 본선 진출국은 대한민국을 포함해 호주, 이란, 일본 4팀입니다. 이란을 제외하면 대한민국과 일본, 호주는 모두 선수들이 해외 유수의 클럽들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또한 아시아 지역을 대표해서 나간 것이니만큼 그 팀들을 응원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월드컵 시드 배정 때마다 나오는 대륙별 본선 진출티켓의 조정에 대해서 아시아 국가의 티켓을 지켜나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제 애국심을 강요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더 이상 ‘투혼’이라든지 이상한 궤변에 의해 선수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정말 축구를 사랑한다면 형편없는 성적을 마주하고 보다 본질적으로 대한민국 축구의 환경(대한민국의 축구리그 인프라)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월드컵을 통해 국민들의 입에서 나오길 기대합니다. 또 일본을 응원하는 행위에 대해 마치 매국행위를 한다는 식으로의 호도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시아 국가의 좋은 성적은 결국 경쟁을 통한 축구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우리는 일본을 통해 1990년대에 한 차례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국의 축구 인프라에 있어서 프로축구 리그를 먼저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일본과 상대도 되지 않습니다.
왜 우리는 4년 마다 자국의 리그가 너무나도 초라하여 재능 있는 선수들이 어린 나이에 일본이나 중동으로 타향살이를 하고, 소리 없이 사라져간 재능 있었던 선수들을 잊고, 애국심을 내세워 거기에 역사적, 정치적인 감정을 개입시키는 것일까요? 분노의 대상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요? 대한민국은 선거와 월드컵만 있으면 마치 나는 무조건 옳고, 나와 생각이 다른 타자에 대해 적으로 간주해버리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북한에 대입하면 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같더군요. 북한과는 동족이 맞긴 맞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현대의 축구가 자본과 결합하여 이미 축구가 가지고 있는 순수성이 많이 퇴색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FIFA는 이 두 가지를 강조합니다. NO RACISM, NO POLITICAL OPINION(인종차별 금지, 정치적 견해 금지)의 의지와 실현에 대해서는 깊은 공감을 합니다. 또한 저의 애국심이 축구를 통해 발현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이든 불문하고, AFC 챔피언스 리그(Asian Football Confederation Champions League)부터 FIFA클럽월드컵까지 이러한 지역팀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것입니다. 과거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중동의 어느 인터넷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팀이든 해외팀과 붙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클럽을 응원할 것입니다. 물론 국내축구를 즐겨보는 팬들은 오히려 배 아파하며 해외팀을 응원하겠지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