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뭘 먹었는지, 뭘 보았는지 시간의 흐름따라 사진을 보며 기억을 더듬어가는 것보다는 무슨 목적으로 갔는지, 그리고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고민들을 가졌는지에 대해 쓰고자 함입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세발자전거의 대표이자, 클럽 미식사전의 대표이고, 한주평론가인 지인의 제안에 따라 평소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하지만, 환장하는 저이기에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함께 축제에 동행하기 했습니다.
그리고, 그 외의 다른 목적, 조총련이 제일 많이 모여살았던 도시이자, 북송선(귀향선) 만경봉호의 출발지인 니가타.
학생시절부터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았었고, 자이니치들의 생활모습도 보고 싶었습니다.
간사이쪽이나 도쿄쪽은 경험했으니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 니가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습니다.
그리하여, 2018년 3월 9일 아침 8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부랴부랴 공항으로 갔습니다.
이러한 목적으로 동행하는 지인보다 하루 먼저 저는 출발했습니다.
출발할 때는 들떠있었지만, 니가타에 도착하니 비가 반겨주는 것이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습니다. 한국의 지방공항도 마찬가지지만, 니가타의 공항은 그다지 크지 않은 아담하고, 출입국 심사관의 친절한 마음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니가타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공항을 빠져나오니 공항 바로 앞에 막걸리학교에서 단체관람을 왔는지 버스가 서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을 뒤로 하고, 저는 니가타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니가타역으로 향했습니다. 약 20여분을 달린 후에 금새 니가타 역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도시와 다르게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왕복 2차선의 평범한 동네길의 느낌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며 반겨주었던 간판(니가타 시의 색이 오렌지 색인지 모르겠지만, 간판도 그렇고 니가타 알비렉스의 색도 오렌지에 파란색이고 그러합니다.)
뙇!!
숙소에 가기 위해서는 버스승강장 반대편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저와 마주친 것은 바로!!! 알비렉스 니가타의 클럽마켓이었습니다.
저 가게를 마주치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시와 도에서 운영하는 구단은 왜 이런 생각을 못하는걸까?
아니 멀리 가지말고, 당장 대전만해도 용전동 복합터미널이나 대전역에 왜 부스하나 내지 못하는걸까?
"결국 시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구단이라면 저 정도의 매장이나 부스는 얼마든지 제공 받을 수 있는데..."
"매장 상주인력의 인건비? 그건 volunteer를 모집해서 해결할 수 있잖아."
지금의 현실은 구단과 팬 사이의 소통 문제이고, 대전시 체육회의 귀차니즘의 결과라는 생각 밖에 안들어 마음 한구석이 몹시 불편해졌습니다.
경기 하이라이트가 24시간 돌아가고, 팬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엠블럼 기 위의 선수들 싸인
매장 내부의 모습 (상품도 다양하고, 컨텐츠의 충실함을 느꼈습니다.)
간단히 눈요기 후 호텔에 체크인 후 밤잠을 설친 관계로 눈을 잠시 붙인 후 저녁 무렵 허기를 달래기 위해 역 앞의 상점가로 나와 돌아다니다가, 어느새 내친김에 가보자 싶어서 발걸음을 총련본부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마다 보이는 오래된 식당들과 새로 지은 건물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우리 나라의 지방발전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SSM이나 프리미엄 아울렛 유치경쟁을 하고, 동네가 좀 유명해진다 싶으면 관광지화 해버리고, 프렌차이즈 업체 간판을 올리는 모습에 획일화 되어가는 것 같아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SSM과 프리미엄 아울렛은 결국 지방의 자본을 수도권으로 빨아들이고, 지방을 황폐화시키는 것을 목격합니다. 지방의 전통시장은 사라지고, 각 도시의 특색은 골목상권 하나로 규정되어버리고 그 골목마저도 프렌차이즈 업체가 범람하게 되는 결과를 많이 봐왔습니다.
그것이 지방발전이 맞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지속발전인지도 궁금합니다.
아무튼 도보로 10여 분만에 금새 총련본부 그리고 귀국사업단으로 쓰였던 건물에 도착했습니다.
역시나 모든 문들은 굳게 닿혀 있었고, 한동안 사람의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건물의 모습을 보니 일본 내 총련의 위상과 현재 북한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였습니다.
"당시 여기를 통해 귀국한 사람들은 행복할까?", "남은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여기까지 왔다가 발걸음을 돌린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들어찼습니다.
해도 지고 내친 김에 니가타가 자이니치(재일동포)가 제일 많은 지역이라고 하니까 일단 호르몬야키(곱창구이)집을 찾아보자, 뭔가 얻는 것이 있겠지 싶어 일단 다시 상점가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조선(?)의 냄새가 나는 집을 찾지 못해 망연자실 호텔로 발걸음을 향하던 중 땋!!하고 마주친 가게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역시나 할머님이 계셨는데, 한국어를 조금 밖에 못하셔도 동포분이 맞아 반가웠습니다.
어디서 왔으며, 왜 왔으며 여러가지 얘기를 나눴습니다. 할머님은 연세가 좀 있으셔서 일반적인 동포가게처럼 가족이 운영하기에 상대적으로 젊으신 분(?)이 가게를 운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역시나 자이니치 3세 이후로는 의지가 있다고 해도 한국어가 서툴거나 거의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체감하였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제가 개시손님이었고, 어느새 30분도 안되어 다찌와 뒤쪽의 3개의 상에 손님으로 모두 찼습니다. 그래도 한가한 시간에 가서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한신 타이거스와의 관계(?)도 물어보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 가게의 독특한 점은 고기 외의 부산물은 돼지의 부산물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곱창구이집은 소의 부산물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 가게만 그런지 니가타쪽 지역이 그런지, 돼지의 부산물을 쓰는 집이었는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다른 쪽으로 이야기가 흐르는 바람에 제대로 물어보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진엔 없지만, 다찌 옆자리에 앉으신 지역 분이 니가타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옆자리 손님: 어디서 왔냐?
나: 한국에서 왔습니다.
옆자리 손님: 사케노진 때문에 왔냐?
나: 그렇습니다.
옆자리 손님: 그거 되게 유명한데, 나 내일 가는데 넌 언제 오냐?
나: 저는 일요일날 갑니다
옆자리 손님: 아쉽다. 니가타에 미인이 많은데 아냐?
나: 뻥치지마셈, 아키타겠지... 아키타, 교토 미인 소린 들어봤는데, 니가타 미인 소린 못 들어봤슴다.
옆자리 손님: 진짜다. 니가타 여자들 이쁘다
나: 다 도쿄로 갔나보네요..ㅋㅋㅋㅋ
옆자리 손님: 한국 사람들 일본 사람 싫어하냐?
나: 일본이나 한국이나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한다. 난 좋아서 왔다.
대략 이런 얘기였습니다. 대도시가 아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분이 붙임성이 좋은 분이었을까? 자연스럽게 옆 자리의 사람들과 이야기가 오가는 분위기가 참 좋아보였습니다.
이 날 느낀 점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차라리 양국 간의 갈등만을 양산하는 언론 없이 사람 대 사람으로 면대면을 하고 얘기를 나누면 여러가지 양국 간의 오해나 갈등은 별거 아니란 생각을 했습니다.
즐거웠던 술자리를 뒤로 하고, 숙소에 들어와서 티비를 켜니 이런 방송이 계속해서 보도되어 흥미진진하게 보다가 첫 날을 마무리 했습니다.
내일은 지인과 함께 무라카미 온천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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